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총을 쏜 자와 이익을 챙긴 자는 달랐다.
-러·우 전쟁의 최대 수혜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 전쟁이 발발한 지 벌써 4년이 되었다. 아직도 전쟁은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이 전쟁은 더 이상 우크라이나의 방어전도 러시아의 침공 문제도 아니다. 지금 이 전쟁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본이 되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나토(NATO)가 있다.
겉으로 나토는 집단 안보 기구다. 그러나 현실에서 나토는 미국 전략의 확장된 팔로 기능해 왔다. 소련 붕괴 이후 존립 이유를 상실한 듯 보였던 나토는 역설적으로 러시아를 새로운 적으로 규정하며 더 동쪽으로 더 깊숙이 확장되었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의 안보 우려는 단 한 번도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았고, 갈등도 관리되지 않았으며 긴장은 방치되어 결국 전쟁은 예고된 결과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나토가 방어 기구가 아니라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조적 장치로 전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가능성을 흘리며 러시아를 자극했고, 전쟁이 터지자, 직접 참전은 피한 채 무기와 정보 자금만을 공급하고 있었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땅에서 벌어졌지만, 지휘와 전략의 중심은 워싱턴에 있었다.
미국은 에너지, 금융 말고 무엇을 얻었는가?
-전쟁이 만들어준 보이지 않은 패권-
미국은 이 전쟁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병사 한 명 희생하지 않고 러시아를 장기 소모전에 묶었고, 유럽을 다시 안보와 에너지에서 미국 중심으로 재편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에너지를 밀어내고 미국산 LNG를 유럽에 안착시켰으며 무기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전쟁은 미국의 위기가 아니라 패권을 재확인하는 최대 사업이 되었다. 미국은 이 전쟁을 정의의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미국이 전쟁을 에너지 장사로 전환시킨 교과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전쟁 이전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했었다. 값싸고 안정적이었으며 산업 경쟁력의 토대였다. 그러나 전쟁과 함께 미국은 제재라는 이름으로 러시아 에너지를 퇴출시켰고, 그 빈자리를 미국산 에너지로 채우게 되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유럽은 이전보다 훨씬 비싼 에너지를 사들이며 미국의 고객이 되었다.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기록했고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는 자유의 에너지라는 이름으로 팔렸지만, 실상은 전쟁 프리미엄이 붙은 독점 상품이 되었다.
유럽산업은 고비용 구조에 갇혔고, 독일을 비롯한 제조 강국들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것이 과연 동맹인가 아니면 관리되는 종속인가?
앞으로의 전망은 더 냉혹하다. 이 구조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미국은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로 돌아가는 것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안정한 평화는 미국 에너지 패권을 유지하는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유럽이 위기를 느낄수록 미국 LNG의 협상력은 더 강해질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발적 사건이 아니라 미국 패권 운영의 실험장이다.
에너지 무기 금융을 결합해 전쟁을 관리하고 동맹을 묶고 경쟁국을 소모시키는 방식의 구조가 유지되는 한 다음 무대는 중국이며 그 파급은 아시아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안보는 나토로 에너지는 미국으로 유럽 스스로 선택권을 포기한 대가로 에너지 주권을 상실했다.
미국 전쟁으로 회수한 세계 통제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미국의 이익을 말할 때 흔히 에너지와 금융을 거론한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에 불과하다. 미국이 이 전쟁에서 얻는 가장 큰 전리품은 돈보다 통제력이다. 이 전쟁은 여전히 세계 질서를 설계하고 조정할 수 있는 국가임을 입증한 사건이었다.
미국은 이 전쟁을 통해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다시 움켜쥐었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어떤 제재가 정당하며 어디까지가 허용선인지를 미국이 정했다.
국제법과 규범은 원칙이 아니라 선택지가 되었고, 선택권은 미국의 손에 있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규칙을 만드는 국가임을 각인시킨 전쟁이었다.
동맹 통제력 역시 질적으로 강화되었다. 유럽은 전쟁 이후 안보 외교 정보에서 미국을 떠날 수 없는 구조로 재편되었다. 전략적 자율성은 사라졌고, 나토를 통한 미국 중심 질서가 제도화되었다. 이는 일시적 협력이 아니라 구조적 종속이다. 동맹이 자발적으로 미국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환경이 완성되었다.
미국은 전쟁의 방식 제도도 바꿨다.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 대리전과 제재 정보전과 무기공급을 결합해 경쟁국을 소모시키는 모델을 완성했다. 피는 남이 흘리고 결정은 미국이 내리는 전쟁. 이는 이후 국제분쟁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제도화했다.
경쟁국 분리에도 성공했다. 러시아는 서방 질서에서 완전히 배제되었고, 유럽은 러시아와 전략적으로 단절되었다. 중국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질서 밖으로 나오면 이렇게 된다. 미국은 경쟁국들이 하나의 반미 전선으로 결집하는 것을 차단하고 각계 관리 전략을 현실화했다.
국내적으로도 전쟁은 미국에 이익이었다. 분리된 정치 지형은 외부 위협 앞에 봉합되었고, 군산복합체는 다시 국가전략의 핵심으로 복귀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성장 문제가 아니라 미국 패권을 떠받치는 정치 경제 구조의 재활성화다.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최대의 이익은 에너지도 달러도 아니다. 세계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를 결정하는 힘. 바로 질서의 통제권이다.
전쟁은 끝나도 이 통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 시대의 비극이었지만 동시에 미국 패권이 여전히 작동함을 증명함을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