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주섭 팀장
다시 6월이 찾아오며 초여름의 싱그러움과 함께 한층 뜨거워진 햇살이 호국보훈의 달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매년 이맘때면 조국을 위해 헌신한 수많은 영웅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가운데, 누군가는 현충일 하늘에 걸린 조기를 바라보며, 또 다른 누군가는 6.25전쟁이 남긴 깊은 상흔을 되짚으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6월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곤 한다.
비록 겉으로 떠올리는 역사적 사건의 결은 다를지라도, 나와 이웃 그리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삶을 한 번 더 반추하게 된다는 점에서 호국보훈의 달이 지니는 본질적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올해 6월 10일은 시대의 아픔에 침묵하지 않고 거대한 제국주의의 폭압 속으로 기꺼이 뛰어들었던 청년들의 용기를 되새겨야 하는 '6.10만세운동 100주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게 다가온다.
1926년 6월 10일, 순종황제의 장례 행렬이 돈화문을 나서던 그 비통한 날에 시작된 이 거대한 항거는, 학생들의 주도로 치밀하게 기획되어 수많은 시민의 뜨거운 호응 속에 전국 방방곡곡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1919년 3.1운동과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을 잇는 이 역사적인 징검다리가 유독 빛나는 이유는, 당시 이념과 노선의 차이로 깊게 갈라져 있던 민족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이 오직 '조국 독립'이라는 단 하나의 숭고한 목표 아래 기꺼이 손을 맞잡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100년 전 그날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 거대한 역사의 물결을 일으킨 주역이 다름 아닌 '청년 학생'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일제의 폭압적인 무단통치와 촘촘한 감시망 속에서도, 이들은 스스로 격문을 인쇄하고 태극기를 만들며 목숨을 건 거사를 준비했다. 기성세대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청년들은 식지 않는 열정과 주체적인 결단으로 시대의 어둠을 뚫고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이들이 보여준 꺾이지 않는 용기는 오늘날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던진다.
출신과 이념, 세대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빼앗긴 조국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내던졌던 선열들의 헌신은 훗날 민족유일당인 ‘신간회’를 결성하는 튼튼한 뿌리가 되었다. 분열된 사회로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오직 하나 되어 연대하고 행동할 때만이 새로운 역사를 개척할 수 있다는 그 묵직한 교훈이야말로, 보훈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우리가 10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의 평범한 삶과 공동체 의식 속에 굳건히 뿌리내리게 해야 할 핵심 가치다. 국가보훈부 경기북부보훈지청 역시 이러한 선열들의 뜻을 받들어, 보훈이 단순한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지역 사회와 미래 세대의 가슴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소통에 온 힘을 쏟고 있다.
1926년으로부터 흘러온 100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과거의 달력이 쌓여 만들어진 물리적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념과 세대의 단단한 벽을 허물고 오직 나라를 위해 하나 되었던 위대한 통합의 정신이자, 앞으로 우리가 이 땅의 미래 세대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100년의 굳건한 출발점이다. 올여름에는 더 많은 이들이 그날 거리에서 쏟아졌던 만세 소리를 기억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화합하는 6.10만세운동의 참된 의미를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함께 나누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