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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로써 말이 많아_전병일

개폐(開閉) 조절에 능력을 가진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

기사입력 2026-06-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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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을 하는 것이/ 남의 말 내가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을 말을까 하노라.” 

이 글은 1728년 조선왕조 21대 임금 영조 4년 풍랑 가객 시조인이자 한때 포도청 포교를 지낸 김천택이 엮은 “청구영언”에 나오는 작가 미상의 시조이다. 인간 세상에 말과 관련된 속담과 격언은 차고 넘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불필요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이를 삼가하기를 권하는 옛사람의 지혜를 강조한 글이다. 말하기 쉽다고 남의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계의 충고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말을 잘못하면 모든 문제의 화근이 된다. 웃자고 하는 농담에 초상이 난다고 한다.

말은 사람의 입(口)에서 나오게 되며, 사람의 입은 들어가는 게 있고, 나오는 게 있다. 들어가는 것은 생명을 보존하는 음식물이요, 나오는 것은 인격을 나타내는 말이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물도 조심해야 하고, 나오는 말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사람의 입은 자연의 바다에 비유됨이니, 바다는 수만 곳의 강물을 받아 위로는 하늘에 통하고 아래로는 땅에 얹혀 있다.

강물이 바다에서 모이듯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입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마련이니 말들을 하게 된다. 말은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소통의 수단이다. 사람의 의사소통은 서로를 존중하는 작용이어야 한다. 그래서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내가 남의 말을 하면 남도 내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들 망각하거나 간과하고 있다. 특히 친구들과는 자식 자랑, 정치문제. 종교 관련은 가능하면 삼가는 것이 좋다. 말로써 말이 많아지고 좋은 사이 갈등만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말과 관련하여 되새겨보면 ‘말은 할수록 늘고 되질은 할수록 줄어든다.’ ‘관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하지 말라.’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군자는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말만 하고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정원의 잡초와 같다.’ ‘말이 말을 만드니 가급적 말을 줄여라.’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입에 두 개의 귀가 있는 것은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더하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수식어(修飾語)들이 있다.

사람은 인정을 받고 상대로부터 주목받는 것은 큰 소리로 말하기보다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는 진실성에 있다. 사람에게 오는 육체적 고통은 입으로 먹은 음식물의 잘못에 있으며 정신적 고통은 말을 함부로 하는 데서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말과 음식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출입문을 조심해야 한다. 말하기 좋다고 남의 말을 마구잡이로 해서도 안 되고, 입에서 달다고 아무거나 막 먹어도 안 된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지만, 말 한마디가 잘못되어 평생 가슴에 상처를 줄 수도 있으며,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이 아닌 친구의 농담 한마디로 충격받은 일이 있었다. 수시로 문득 생각이 나면 상처로 남아 정신이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그 친구에게 3년 전 전화가 걸려와 동창회 일로 논의하다 “잘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한테 왜 그러냐?”는 것이다. 참으로 황당했다. “내가 뭘 모르냐?”고 반박을 했다. 단언하지만 나는 그 친구보다 아는 게 훨씬 많다고 자부한다. 그 친구를 평소에 존경했었다. 그러나 그 시간부터 자기 존재만 알고, 남의 존재는 모르는 외롭고 불쌍한 푼수라 단정했다.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 소통이 없으면 부질없는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엄격히 가려야 하며, 가까울수록 더욱 엄중해야 한다. 그러나 희망을 주고 삶의 보탬이 되는 말까지 인색하자는 것은 아니다. 

암이나 희귀병에 걸려도 병명을 알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병명을 알아도 수술도, 치료방법이 없는 병이 말 많은 병이다. 말 많은 사람에겐 주먹이 약이라는 말도 있다. 요즘 언론을 통해 보면 말 많은 멀쩡한 고급 환자들이 천태만상으로 등장을 한다. 낯설지 않은 정치인들의 큰소리, 자기네들의 이해 충돌에 매몰되어 구분을 못 하고 있는 말의 잔치다. 확인되지 않은 아주 작은 흠이라면 확대해석해 비판이 아닌 비방의 목적으로 사용을 한다. 입은 항시 열렸다 닫았다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폐(開閉) 조절에 능력을 가진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는 시구(詩句)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남양주신문 (nyji31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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