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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람] 국시(國是)와 건국이념(建國理念)_전병일

기사입력 2026-08-1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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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가 탄생하면 정치도 함께 탄생하는 것이 필연이다. 1945년 8월 15일 정오, 일본의 왕 히로히토가 일본은 전쟁에 패하여 무조건 항복한다는 떨리는 목소리가 라디오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전해졌다. 일본인에게는 청천벽력이었지만 우리 국민에게는 자유의 종소리였고 광복의 기쁨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하면서 우리나라도 해방이 되고, 우리 민족이 주권을 찾으면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70만에 달하는 한국 거주 일본인들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주변의 힘 있는 한국인들에게 쌀과 설탕을 나누어 주면서 아양을 떨기도 했다. 36년 동안 정치 없는 통치 속에서 억눌려 살아온 우리 국민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활화산처럼 분출하기 시작했고, 해방과 더불어 한반도는 엄청난 정치 열기에 빠져들었다. 일제 침략에 저항하며 형극(荊棘)의 길을 걸었던 국내외의 독립운동가들이 정치 일선에 나섰고, 정당을 비롯한 수많은 정치조직이 주도권 다툼의 경쟁을 하면서 해방정국은 정치폭발이라 할 만큼 격동기의 혼란으로 수몰되기 시작했다. 그 환희의 순간은 무엇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의 야수적인 수탈과 폭정의 노예가 되었는지 반성할 기회도 없이 권력 투쟁으로 변질되었다. 해방 이후 한국인에게 주어진 과제는 정치는 민족통일 독립국가 건설이며, 사회·경제는 식민지 사회경제를 청산하고 근대적 민족경제를 수립하는 것이며, 문화적 측면은 숭고한 우리 민족문화의 재건과 창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국은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남쪽에는 미군이, 북쪽에는 소련군이 주둔하여 남과 북을 갈라 각각 간섭하기 시작하면서 해방 후 3년 동안 남한은 미군정 시대가 되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이승만은 1948년 미국을 등에 업고 좌익과 중도 김구, 김규식의 남북통일 세력들을 뿌리치고 5월 10일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총선거를 실시하여 95.5%라는 국민들의 열기 속에 200명의 제헌 국회의원을 선출했다. 민의에 의해 선출된 제헌국회는 7월 1일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결정하고 12일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여 17일 공포했으니, 그날이 바로 “제헌절”이다. 1392년 음력 7월 17일은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고 즉위한 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현행 헌법은 그동안 8차 개헌을 거쳐 1987년 국민투표로 개정된 헌법으로 39년 동안 시행 중이다. 제헌절은 1950년부터 공휴일로 지정되어 시행해 오다 주5일제를 도입하면서 기업들이 근로시간 부족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쉬는 날을 줄여 달라는 청원으로 2008년부터 국경일로 기념만 하고 쉬지 않는 평일로 만들었다. 2024년 12.3 불법계엄이 계기가 되어 준엄한 헌법의 가치를 높이고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18년 만인 2026년부터 빨간 날의 국경일이 되었다. 이것이 우리 역사에 길이 보존될 제헌절이다.

1948년 7월 20일 초대 대통령에 이승만, 부통령에 이시영을 고조선 이래 최초로 투표를 통해 국가통치의 권력자로 선출했다. 24일 대통령과 부통령이 취임하는 정국의 7~8월은 숨 가쁜 역사의 달이다. 광복 3주년인 8월 15일 0시를 기해 국호는 “대한민국”이요 정체는 “민주공화국”이며 국시는 “자유민주주의”임을 밝히면서 대한민국의 건국과 국권 회복을 세계만방에 선포했다. 민주공화정을 출범시킨 대한민국의 시작, 제1공화국이다.

국시(國是)란 국민 다수가 합의한 국가 기본 이념이다. 대한민국 건국 당시 헌법 어디를 살펴봐도 우리의 국시는 자유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2년 후 남북전쟁이 터지면서 반공으로 국시가 달라졌고, 그 10년 후 5.16 군사쿠데타가 발발하면서 주체세력은 혁명공약에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삼는다고 선언했다. 자유당 정권이나 군사정권은 물론 신군부에 이르기까지 국시를 반공으로 하는 정치의 도구가 되었다. 1988년 7.7 특별선언으로 남과 북이 대내외적으로 함께 번영하고 대결의 관계를 지양한 민족공동체임을 선언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국시가 회복된 것이다.

우리 민족의 개국이념은 한민족은 물론 모든 인류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이며, 우리의 건국이념은 모두가 평등의 원칙에서 국민이 주권을 가지는 국민 중심의 민주국가 건설이다. 개국이념이든 건국이념이든 이 모두는 우리의 생활에 익숙한 정치의 역할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래서 정치는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의 제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이해충돌을 사전에 방지하고 조정 역할을 하여 국민 상호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치라고 한다면, 오늘의 정치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정치 상황을 유산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남양주신문 (nyji31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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